꿀벌, 도시 하늘을 날다!
꿀벌들이 도심 한복판, 명동에 이사를 오는 날
그 어떤 말로도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이 벅차 올랐습니다.
노들섬에 처음 도시양봉장을 개설했을 때 6개월이나 걸렸지만,
명동에 도시양봉장을 개설하는데는 1/3인 2개월로 줄었습니다.
하나의 사례가 생기고 그 사례를 통해 검증이 되니
이제는 우리를 믿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공간을 빌려주는 건물주들의 믿음이 싹트기 시작한 곳이
바로 이 곳, 명동 유네스코회관이었습니다.
6년간의 유네스코회관 도시양봉장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땅이 어딘 줄 아시나요?
바로 명동의 네이처리퍼블릭 건물입니다. 24년 공시지가 기준 1㎡당 1억7천540만원이네요.
고작 신문지 한 장 펼친 공간이 그 정도라고 하니 상상이 가질 않습니다.
꿀벌 1무리를 키우려면 얼마의 공간이 필요한지 아시나요? 딱 1㎡ 입니다.
명동에서 벌을 키울때 꼭 우리 땅이 있어야 한다면 우린 1억7천만원이나 필요한 거네요.
우리나라에서 꿀벌을 키울 때 반드시 내 땅이 있어야만 하는 게 아니라 다행입니다.
2013년 3월 노들섬에 도시양봉장을 조성한 이후, 다음 도시양봉장을 조성하기 위해 또 다른 장소를 물색하기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외국처럼 제대로 된 건물 옥상이길 바랐습니다.
열심히 찾아다녔고 드디어 명동 유네스코회관이 레이더망에 잡혔습니다.
이야기가 시작된 후 약 2달만에 옥상 공간을 내어주신다는 허락을 받았습니다.
이를 위해 임직원들에게 PT도 하며 노력을 했었는데 덜덜 떨었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2014년 3월 드디어 2번째 도시양봉장을 조성하게 됩니다.
우리의 꿀벌이 명동 하늘을 날기 시작합니다.
역시 새로운 장소에 자리를 잡게 되니 여러 매체에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꿀벌을 키우면서 뉴스에 나올거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현실이 되니 의아했죠.
촬영을 약 1~2시간 정도 했는데 나오는 건 2분 남짓!
그래도 그게 어딥니까?! 덕분에 인연이 끊겼던 친구들에게 많은 전화를 받았었죠.
사실 약간 부끄럽기도 했어요. 돈이 없으니 예쁘게 꾸미고 싶어도 꾸밀 수가 없었거든요.
벌통도 쓰던 거 그대로고 받침대도 없어서 그냥 벽돌 위에 얹은 상태
뉴스 덕분에 어반비즈서울에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오게 됩니다.
프랑스 화장품회사인 클라랑스(Clarins)에서 뉴스를 보고 난 이후에 전화를 준 겁니다.
"클라랑스 본사(프랑스)에서도 도시양봉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하고 싶은데 혹시 유네스코회관에 함께 할 수 있을까요? "
옥상에 정원을 조성하고 꿀벌을 지키는 일을 함께 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바로 미팅을 잡고 기쁜 소식을 유네스코회관 측에 알렸습니다.
의외로 유네스코회관 측에서 난색을 표하더군요.
정원 조성을 하기 위한 방수과 높은 비용을 걱정하셨습니다.
다행히 비용을 들은 클라랑스 측에선 그 정도는 예상했다며 흔쾌히 진행을 결정했죠.
우리 꿀벌들을 위한 공간은 예쁘게 새단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짜잔! 어떤가요? 훨씬 보기 좋아졌나요?
유네스코회관은 보행자 우선구역이라 오전 10시까지만 차량이동이 가능했어요. 그렇다 보니 간혹 오후에 갈 일이 있으면 명동성당에 주차를 하고 약 300미터의 길을 벌통을 들고 옮겨야만 했습니다.
그러다 간혹 이런 장면들이 연출되기도 했죠.
꼭 이런 날은 카트도 안 가져와서 20kg 남짓의 벌통을 들고 날아야 했어요.
저렇게 옮기고 나면 너무 힘이 들어 꼭 식사를 하고 갔어요.
자주 갔던 곳은 명동에서 가볍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명동교자였습니다.
명동교자도 생긴지 약 50년이 넘었다고 해요. 처음에는 명동칼국수라는 이름으로 장사를 하다 유명해지다보니 너도나도 명동칼국수라고 하여 이후엔 명동교자로 이름을 바꿔 장사를 하기 시작합니다. (명동교자는 과연 얼마나 벌까?)
명동교자는 갈 때마다 3번 놀랍니다.
긴 줄에 1번 놀라고, 생각보다 빨리 자리에 앉을 수 있어서 2번 놀라고,
패스트푸드보다 더 빨리 나와서 3번 놀라게 됩니다.
명동교자의 칼국수는 고기육수로 맛을 냈습니다. 바지락칼국수의 시원칼칼한 맛을 좋아하는 분은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고기육수의 진한 맛이 특징이거든요. 두명이서 같이 간다면 각자 칼국수 한 그릇씩 주문하고 만두까지 먹으면 딱 배부르게 먹을 수 있습니다.
최근 명동역 8번출구 앞에 신규매장을 내서 줄을 덜 서고 빠르게 먹을 수 있게 되었어요.
특히 혼자 가실 분들은 신규매장을 추천합니다.
명동교자에서 밥을 먹고 후식을 먹기 위해 저희는 다시 유네스코회관으로 갑니다.
왜 다시 가냐고요? 유네스코회관 12층에 있는 배롱나무카페가 있습니다.
그 곳에서 저렴하고 조용하게 음료를 즐기실 수 있어요. 가격이 아주 저렴해요.
제가 주문했던 수제차가 3천원 밖에 하지 않았습니다. 커피는 더 저렴했어요.
사람 많고 북적북적한 곳이 싫다면 이 곳에 와보세요.
특히 봄부터 가을까지 하늘정원을 볼 수 있는 때라면 더욱 더 추천입니다.
유네스코회관 11층에서 내린 후 비상계단을 따라 한 층 더 올라가면 있습니다.
배롱나무 카페 가는 길
관광객으로 가득찬 명동거리와 상점들을 지나 명동에서도 자연을 느끼고 싶다면 꼭 유네스코회관 하늘정원을 올라가보세요. 배롱나무카페에 앉아 바람도 느껴보고 멀리 남산도 바라보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걸 느낄 겁니다.
어반비즈서울 Dream
벌을 지키고 키우는 소식을 전해드립니다.